세계 최고 수준, 현대위아의 공작기계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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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영그기 작성일23-09-12 07:47 조회42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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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씁쓸한 이야기를 하나 할게.
얼마 전까지도 공작기계 부분에서 완전 자립하지 못했던 한국.
수차례의 자립 시도가 있었으나 번번히 좌절하곤 했지.
공작기계 끝판왕, 화낙
그 이유는 화낙,지멘스,하이덴하인을 비롯한 외산 메이커들이
합리적 가격에 고신뢰,고정밀의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었고
노력의 결과 두산,현대가 분발하여 기계 껍데기(선반,밀링,MCT 등)는 만들게 됐지만
공작기계의 두뇌인 NC 컨트롤러의 경우 90% 이상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었기 때문이야.
(그냥 저 퍼센티지가 다 화낙임)
특히 한국은 화낙 컨트롤러 의존도가 90%에 달해
두산이건 현대건 화낙의 컨트롤러 제품을 이용해 기계를 만들 수 밖에 없었어
막말로 한국 산업은 화낙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을 수준이지.
합리적 가격에, 높은 신뢰도에 더해
90%가 쓰고 있으니 숙련자를 구하기도 쉬우며,
그만큼 시장 수요가 있기에 A/S도 즉각즉각 처리되는 등...
화낙은 세계 공작기계 시장에서 50%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독보적 1위 회사인데,
한국 점유율 90%에 공작기계 매출의 40%가 한국에서 나온다니
한국의 화낙 충성은 대단한 것 같지?
거기에 더해 화낙은 철저한 폐쇄주의로 회사를 운영해 오고 있어서
보고와 업무절차는 팩스와 서류로만 이루어지고
자국 외에서는 절대 핵심 부품을 생산하지 않기로 유명해
그렇기 때문에 그들만의 기술을 계속 발전시키며 업계의 장인으로 군림하고 있지
이런 훌륭한 제품을 뽑는 업체가 옆에 있는데...
한국 산업계 입장에선 굳이 맨땅에 헤딩할 이유가 없는거잖아?
새로 만드는 것보다 그냥 화낙꺼 가져다 쓰면
정밀도도 높아~ 신뢰성도 좋아~ A/S도 빨라~ 숙련자 구하기도 쉬워~
굳이 국산화? 굳이 지멘스? 가 되버린거지.
단 한 곳만 빼고 말이야.
이제는 꽤 유명해진 이곳의 모토인데.
이곳은 자기들이 무언가를 스스로 하지 못하면 좀이 쑤셔서 살 수 없는 곳으로 유명하지.
그냥 1부터 10까지 자기들이 다 해야 성이 풀리는 특징을 가진 곳으로...
그들 눈에 화낙에게 굽신거려야 하는 공작기계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어.
그래도 공작기계 분야는 진입장벽이 높은 곳이라
그들조차도 고정밀 핵심기술 자립은 쉽지 않아 보였는데...
이때 구원투수가 나타나.
"화낙 너를 이길 수 없다면 니껄 부셔 버리겠어"
한국 시장에서 화낙에 밀려 고전하고 있었던 독일 지멘스가
현대차그룹의 공작기계 계열사인 현대위아에게 손을 내민거지
화낙이 여러 장점이 있기에 국내 시장을 석권했지만
지멘스도 정밀도나 신뢰도 면에서는 꿀릴 게 없었던 유럽의 강자.
그들이 현대위아를 키워주기 시작했고 위아는 꾸준히 쌓아올린 자체기술에 더해
지멘스의 기술을 자기 것으로 만들며
기술자립에 속도를 붙이게 됐지
이ㅅㄲ들 이런걸로 딸딸이 치고 있었네... ㅜ
그 사이 삼성은 베트남 갤럭시S6 라인 증설이 필요했고
공작기계를 공급할 국내 업체들을 수소문 했지만 기준을 맞추는데 실패,
화낙에게 납작 엎드려 덤탱이를 쓰고 화낙 제품을 구입한 일이 일어나게 돼.
말그대로 화낙은 삼성에게도 당당할 수 있는 '슈퍼 을' 이었고...
"반드시 고정밀 기술자립!"
그런 상황을 보고 현대위아는 더 칼을 갈지 않았을까 싶어.
그렇게 기술개발에 매진하던 2015년 말.
위아는 자체 NC 컨트롤러인 iTROL을 내놓게 되고
NC 전분야의 기술 자립을 완성해냈어.
"집에서도 원격으로 공작기계의 모든걸 통제하는 iTROL+"
자체 컨트롤러인 iTROL은 고정밀 가공에 훌륭하게 대응하며
타사 제품 대비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갖춘 제품으로
현재는 IoT기술을 접목하고 GUI와 성능을 향상시킨
스마트팩토리 대응 iTROL+로 개량까지 마친 상태야
이 iTROL 컨트롤러를 이용한 위아의 정밀 공작기계는 대표적으로
"머리카락 한 올을 10조각으로 깔끔히 잘라낼 수준"
경쟁사 대비 최고의 가공속도와 열 억제력, 동급의 고정밀성을 갖췄다 평가받는 XH6300과
휴대전화 고정밀 부품 가공에 특화된 XF2000이 있어.
삼성이 원하는 조건을 맞추고도 남는 최초의 고정밀 국산 기계지.
또한 XF2000은 국산 공작기계중 최초로 (그동안 다 화낙 제품이었으니까...)
공작기계분야 최고 권위 상인 독일 MM 어워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어.
그럼 이쯤에서 이런 생각이 들거야
"현대 아산공장 가니까 거의 다 화낙이더라 ㅋㅋ 위아는 무슨"
"내가 위아 평택에서 일하는데 여기서도 화낙 씀"
"iTROL? 뭔 듣보잡인지 모르겠네 저딴걸 어디 화낙에다 비벼?"
"화낙이 대체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함? ㅈ도 모르네 이새끼"
>> 맞다, 다 맞는 말이다.
한번 세팅해 놓으면 10년 이상은 기본으로 쓰는 공작기계
이 공작기계란건 한번 세팅해 놓으면 10년 이상도 충분히 버티는 설비고
수십년간 뛰어난 정밀도와 신뢰도를 보여준 화낙의 공작기계라면
당연히 지금 이 순간도 훌륭하게 돌아가고 있지.
그런데 위아가 기술 자립한지 몇년 됐다? 이제 겨우 3~4년 정도임.
수십년간 현장에서 사용되며 신뢰를 쌓아온 화낙과 비벼질 리가 없지.
거기에 현대차 공장에서도
잘 돌아가는 화낙 공작기계를 위아로 바꿀 필요를 못 느낄거야.
상식적으로 잘 돌아가는걸 귀찮게 왜 뜯어내고 신뢰성 검증안된 녀석을 놓겠어?
단계를 밟아 나가면서 차근 차근 위아 공작기계를 검증하며 늘리는 방향으로 가겠지.
심지어...
위아 공작기계 제어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란 줄의 정체는?
화낙 추노마크 ㅠ
위아 역시 화낙 제품으로 공작기계를 생산하고 있다는걸 잊으면 안돼.
왜? 한국 산업계가 필요로 하니까.
예를 들면 이런 식.
위아 : 우리가 이번에 iTROL이란걸 만들었는데 속도도 빠르고 좋아요. 써보실래요?
고객 : iTROL? 그게 뭔데? 그거 쓰는 곳 있음? 그거 다루려면 다시 새로 배워야 하잖아...귀찮어.
위아 : 이게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라 쉽게 새로 배우실수 있ㄱ...
고객 : 아니 그런건 모르겠고... 화낙 잘 쓰고 있으니까 이번에도 화낙 제품 써서 만들어줘.
위아 : 그래도 한번 저희꺼 들여 보시는게... 성능은 동일하고 저렴하게 드릴게요ㅠㅠ
고객 : 아니 다 떠나서 쓰는곳 있냐니까? 그거 믿을 수 있냐고.
위아 : 이번에 현대차나 계열사 공장에 조금씩 들어가고 있구요 또...
고객 : 그거 써서 문제터지면 당신이 책임질꺼야? 제발 그냥 화낙 줘!
위아 : ㅅㅂ...
몸통은 위아인데... 핵심인 두뇌는 화낙!?
위아 L250SY
그렇기 때문에 위아도 화낙 제품을 쓰고 있는거야.
위아의 자체 공작기계가 자리를 잡으려면 꽤 오랜 세월의 검증 기간이 필요할 것이며
검증 안된 위아 제품을 써서 검증을 해줄 회사가 몇이나 될까? 그냥 화낙 쓰고 말지 안그래?
아!
셀프 검증 해 주는 곳이 한군데 있긴 하네.
또한, 화낙 쓰고 있는 사람한테 iTROL로 바꾸라는건
윈도우 멀쩡히 쓰고 있는 사람한테 맥으로 바꾸라고 하는 것이나
안드로이드 폰 쓰는 사람한테 iOS로 넘어가라고 하는 것과 같아.
둘다 똑같이 쓸 수는 있지. 적응하기 까지의 기간이 오래 걸리고 귀찮을 뿐.
근데 여긴 생산을 해내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하는 '공장' 인데...
바꾸라고 하는건 적응하는 동안의 생산성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과 같아.
그게 화낙이 강한 기업인 이유고,
대체하기 극히 어려운 기업인 이유지.
그렇기 때문에 화낙 대체는 참 어려울거야.
iTROL을 시연.교육중인 현장
시간이 흘러 현대차 그룹에서 신뢰성이 입증되면
국내 산업계에서도 iTROL 판로가 점점 늘어날 것이고
iTROL을 잘 다루는 기능 인력 풀도 차츰 넓어지겠지
그 때가 되면, 대체도 꿈은 아니게 될 수 있지만...
화낙이 수십년간 쌓아온 신뢰성은 단시간내에 따라갈 수 없기에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 생각해.
이번 한일갈등같은 빅 이슈가 아니었다면 말이지.
아예 화낙 공작기계 부품이 통제 되버리면...
국내 산업계는 단기적 손해를 감수하고
오기로라도 iTROL을 적극 도입할 것이고, 막대한 피해가 있겠지만
고정밀 가공에서 위아란 대체제가 있기 때문에
공작기계 분야에서 예전처럼 굽신거려야 하는 빈사상태는 피할 수 있을거야.
위아에겐 커다란 기회가 될 것이고, 기회 주면 잘 할거야.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정도 상황까지 온다는건... 국내 산업계가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면서
사생결단 직전까지 갔다는 거니까.
그정도로 현 시점에서 화낙 대체는 힘든 일이야.
위아의 공작기계가 정상급 수준에 올라왔음에도...
글에 나온 이유들로 인해 화낙 생태계를 당장 깨기는 어려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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